PH에게는 다채로운 모습이 존재합니다. 조명 디자이너, 건축가, 문화 비평가, 레뷔(풍자극) 작가, 발명가, 장난기 넘치는 어린아이, 그리고 열정적인 워커홀릭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마즈에게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가슴 깊이 남은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제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야기는 바로 ‘자유의 투사(freedom fighter)’로서의 PH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어른들이 전쟁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전쟁의 기억이 아주 생생했으니까요.
전쟁 당시 PH는 점령군(나치)을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했고, 위험 속에서도 상당 기간 비판 활동을 이어가다 어느 날 자신을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아내 인게르(Inger)와 함께 조그만 노젓는 보트를 타고 스웨덴으로 망명했습니다 – 사실 그때 아르네 야코브센(Arne Jacobsen) 부부도 함께 보트에 탑승했었죠. 해방 후 덴마크로 돌아온 PH는 소위 ‘독일군 여성들(German girls)’이라 불리던 이들을 향한 저항군의 보복 활동을 다시 공개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로 그는 사람들에게 극심한 미움과 괴롭힘을 당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히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를 죽이도록 지시받았던 사람이 어느 날 그의 집 문을 두드리며 “사실 제가 당신을 죽여야 했던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그는 PH에게 사과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매우 상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도덕적 신념을 끝까지 지켜낸 PH의 삶의 방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